이수지 작가의 『만질 수 있는 생각』은 단순한 그림책을 넘어서는 작품으로, 시각적인 표현을 통해 촉각적인 감각과 철학적인 사고를 유도하는 독특한 책입니다. 텍스트 없이 그림만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이 특징이며,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독자 스스로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롭게 전개됩니다.
특히, ‘생각을 만진다’는 개념을 중심으로, 우리가 평소 감각적으로 경험하지 못하는 것을 어떻게 시각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지를 탐구합니다. 그림을 통해 다양한 질감을 연상하게 하고, 형태와 색감으로 무형의 생각을 구체적인 이미지로 형상화하는 것이 이 책의 핵심입니다.
1. 이수지 작가와 『만질 수 있는 생각』의 특징
이수지 작가 소개
이수지 작가는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그림책 작가입니다. 그녀는 독창적인 그림 기법과 텍스트 없는 ‘무언(無言) 그림책’ 스타일을 통해 감각적인 표현력을 극대화하는 작품을 많이 선보였습니다. 대표작으로는 『파도야 놀자』, 『그림자 놀이』, 『선』 등이 있으며, 국제아동도서협의회(IBBY)와 볼로냐 라가치상 등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그 가치를 인정받았습니다.
『만질 수 있는 생각』의 독특한 서사 구조
이 책은 전통적인 기승전결 구조를 따르지 않습니다. 텍스트 없이 그림만으로 진행되며, 독자 스스로 의미를 발견하고 해석할 수 있도록 유도합니다. 일반적인 그림책이 명확한 이야기나 교훈을 전달하는 것과 달리, 『만질 수 있는 생각』은 열린 해석이 가능한 작품입니다.
책장을 넘길 때마다 우리는 ‘생각을 만진다’는 개념을 감각적으로 경험하게 됩니다. 다양한 재질과 질감이 연상되는 그림들은 생각이 마치 물질처럼 느껴지게 만들며, 독자가 직접 생각을 손으로 만지는 듯한 착각을 일으킵니다.
2. '만질 수 있는 생각'이란 무엇인가?
생각을 시각화하는 예술적 기법
생각은 눈에 보이지 않으며, 손으로 만질 수도 없는 무형의 개념입니다. 그러나 이수지 작가는 색채와 선, 질감을 활용하여 생각을 마치 손으로 느낄 수 있는 것처럼 표현합니다.
책을 펼치면, 다양한 형태의 이미지들이 등장합니다. 어떤 장면에서는 부드러운 솜을 연상시키는 형태가 등장하고, 또 어떤 장면에서는 뾰족하고 단단한 돌처럼 느껴지는 이미지가 나타납니다. 이를 통해 생각이 단순히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질감과 형태를 가질 수도 있다는 새로운 관점을 제시합니다.
감각과 사고의 융합
『만질 수 있는 생각』은 단순한 그림책이 아니라, 감각과 사고의 경계를 허무는 작품입니다. 보통 우리는 감각과 사고를 분리된 영역으로 인식합니다. 예를 들어, 우리는 생각을 ‘보거나 듣는’ 행위와 연결하지, ‘만지는’ 행위와 연결 짓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책은 생각이 마치 촉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실체처럼 느껴지도록 만듭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생각을 만진다’는 새로운 방식의 사고를 하게 되며, 추상적인 개념을 보다 구체적으로 체험할 수 있습니다.
3. 『만질 수 있는 생각』이 주는 메시지
생각의 형태와 변형 가능성
책 속에서 생각은 고정된 형태를 가지지 않습니다. 어떤 페이지에서는 공처럼 둥글고 부드러운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다른 페이지에서는 날카롭고 거친 형태로 변합니다. 이는 생각이 상황에 따라 변화하고,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질 수 있음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다양한 생각을 합니다. 때로는 가볍고 즐거운 생각이 들기도 하고, 때로는 무겁고 힘든 생각이 우리를 짓누르기도 합니다. 『만질 수 있는 생각』은 이러한 생각의 다채로운 모습을 이미지로 형상화함으로써, 우리가 생각을 더욱 명확하게 인식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열린 해석과 개인적인 경험
이 책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는 ‘열린 해석’입니다. 텍스트가 없기 때문에 독자는 각자의 경험과 감정을 바탕으로 그림을 해석할 수 있습니다. 어린이는 어린이대로, 성인은 성인대로 자신만의 방식으로 책을 이해하게 되며, 같은 책을 읽더라도 각자 다른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생각을 다루는 방식과도 유사합니다. 같은 주제를 두고도 사람마다 다르게 해석하고, 각자의 경험에 따라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는 것처럼, 『만질 수 있는 생각』은 독자가 직접 사고하고 느낄 수 있도록 구성되었습니다.
예술과 철학이 결합된 그림책
일반적인 그림책은 보통 어린이를 위한 교육적인 목적을 갖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만질 수 있는 생각』은 단순한 아동용 책이 아니라, 예술 작품이자 철학적 메시지를 담은 책입니다.
책을 통해 우리는 ‘생각’이라는 개념을 시각적으로 탐구하고, 그것을 감각적으로 이해하는 새로운 방법을 경험합니다. 이는 단순한 지식 습득을 넘어, 사고의 방식 자체를 확장하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4. 결론: 『만질 수 있는 생각』을 읽고 난 후
이수지 작가의 『만질 수 있는 생각』은 단순한 그림책이 아닙니다. 이는 생각을 감각적으로 체험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예술 작품이며, 독자에게 새로운 시각적, 촉각적 경험을 제공하는 독창적인 책입니다.
텍스트가 없는 이 책은 각자의 경험과 감정에 따라 다양한 해석이 가능합니다. 어린이는 그림 속에서 새로운 세상을 발견할 수 있고, 성인은 그림을 통해 철학적인 사고를 확장할 수 있습니다.
『만질 수 있는 생각』은 그림책의 경계를 확장하는 작품으로, 우리가 사고하는 방식 자체를 탐구하게 만드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합니다. 생각을 만진다는 새로운 개념을 탐구하고 싶다면, 이 책을 통해 그 흥미로운 여정을 시작해 보시길 추천합니다.